기묘한 자리
- 참여 작가
- 로지은, 이소희, 이연정
- 기간
- 2021.12.28 — 2022.01.09
- 관람 시간
- 13:30–19:00 · 월요일 휴무
- 장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6길 52-19, 예술공간 의식주
전시 서문
이번 전시는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이 접지되는 3가지 형태를 보여 준다. ‘기묘함’이란 보편적으로 인지되어 왔던 것이 조금 어긋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어쩌면 이 단어는 우리 주변에 늘 잔재되어 있을 수 있다. 이상하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의 이 말은 보편성 위에 조금의 변화나 변이, 혹은 변주가 될 때 일어난다. 전시에 참여한 세 명의 작가는 자신의 영역에서 포착되고, 혹은 채집되는 것들에게 변주를 가하거나 어긋남을 연출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작품의 배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관객의 동선보다는 ‘상, 중, 하’라고 하는 높이의 영역을 나누어 작품을 배치하여 각각의 높이가 가진 이중적인 면모와 시선의 밖을 드러내고자 했다.
부드러운 바위, 낮은 자리에서 - 이소희
전시공간의 낮은 위치에 이소희 작가의 조형물이 놓인다. 그의 작업에서 활용되는 오브제들은 우리가 경험한 보편성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운동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과 자연이 만들어낸 시간 사이의 균형을 만들어낸다. 형태나 모양보다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질감에서 드러나는 관계의 이유를 담아내고 있다. 거칠고 단단한 물체 위에 꽂힌 차가운 철사와 붉은 글씨는 그의 시선에 채집되어 불균형한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여겨 왔던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시선의 사각지대, 시선의 아래로 유도하고 있다.
날카로운 가죽, 시선이 머무는 곳 - 이연정
이연정 작가는 최근 가죽을 소재로 하여 작업을 진행한다. 실재 가죽을 사용한다기보다 견고하게 짜인 직물 위에 가죽의 환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위에는 실체의 일부가 왜곡되어 있거나 털로 보이는 오브제가 꽂혀 있다. 인위적인 짜임에 의해 만들어진 천 위에 두 가지 환영을 얹혔다. 사냥되어진 것들이 박제되어 전시되듯 그에게 채집된 일종의 껍질과 확대된 신체는 시선의 위치와 중첩되는 지점에 진열되었다. 우리가 믿고 있는 껍질 두께와 역할에 대해 의심하게 하고 표면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형태와 구조를 들여다 보게한다. 작가에게 있어 이미지의 채집은 장식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것을 드러내고 환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보거나 - 로지은
다소 높은 위치 자리하고 있는 로지은 작가의 작업은 ‘내려다보기’와 ‘올려다보기’라는 시점의 교차지점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쌍으로 의인화된 새들, 홀로 밤의 불빛 아래 있는 고라니는 전시공간의 높은 곳에서 관객을 내려다보거나, 혹은, 자신을 바라보길 기다리는 동시성의 위치를 점령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에 담긴 장면들은 개체로서 관람 되기 보다 주변 환경, 공간의 구성과 연출과 함께 어우러진다. 대부분의 작업이 시선보다 높은 위치에 설치된 것은 다소 먼 거리, 혹은 올려다볼 수 있는 좌표를 선점하고 있다. 반대로 평면 안에 있는 동물들이 관람객을 내려다보는 위치를 동시에 선점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은 설명적이지만, 시선의 위를 선점하면서 관객과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고 이야기가 구성된다. 각색되지 않은 날것의 이솝우화와 닮아있다.
작고 사소한 변화가 거대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때가 있다. 이소희, 이연정, 로지은의 작업은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아주 먼 거리의 파도를 만들어내듯 보편성의 사소한 어긋남을 수집하여 시간을 항해하게 하고 공간의 파고를 만들어낸다. 수용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 시작되는 높이에서 그것의 너머와 이면에 있는 바라보기를 시도하면서 수동적일 수 있는 보편과 통상의 전복을 유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