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벽》 기록 이미지

모두를 위한 벽

참여 작가
배하경
기간
2021.09.08 — 2021.09.19
관람 시간
13:30–19:00 · 월요일 휴무
디자인 2D
윤세영
디자인 3D
이성경
장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6길 52-19, 예술공간 의식주

전시 서문

벽

‘모두를 위한 벽’은 예술공간 의식주의 공모프로젝트 ‘다용도실’의 두 번째 작가가 선보이는 작업이다. 배하경은 사물이 도구가 되는 지점에 집중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모두를 위한 벽’은 벽의 기능적 면모를 부각하고 확장하기 위한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이 문장에서 ‘모두’는 벽의 역할과 의미를 확장하는 의미에서 더욱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지점으로 작용한다.

모두를 위한

의식주 내부의 다용도실은 배하경이 설계한 모두를 위한 벽으로 만들어졌다. 작가가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던 중 유독 벽과 관련된 건축 서적들을 보게 된 일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책 안에 있는 수많은 벽을 종이 위에 옮긴 뒤 다시 입체로 구현하는 방식을 구상한다. 이 벽은 구분하고 보호하는 기존의 역할에서 확장되어 장식되고 진열되는 일종의 쇼케이스 공간으로 구성된다. 이는 작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물의 도구화’와 연결된다. 사물과 도구의 가변성, 즉 사물이 도구가 되는 과정을 관찰하고 편집과 재구성을 통해 역할과 기능의 전복을 시도하는 것이다. 기존의 ‘벽’은 사물과 도구라는 기존의 범주를 넘어 보다 확장된 의미에서의 오브제로 진화되어 가변 가능한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모두’라고 하는 불특정 범주이다. 사물은 만들어질 때는 보편적으로 특정한 범주를 부여받고 다소 제한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여기에 모두라고 하는 불특정 범주가 서술될 때 사물과 도구의 가능성이 확장되는 것이다. 관람자의 시선이 닿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무한한 증식이 가능하게 된다. 작가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 과정에 있다. 사물과 도구를 구분 짓는 역할과 기능의 여부, 그리고 그 너머의 가능성에 관해 되묻는다. 이는 사물로 회귀하거나 일종의 리셋을 목적으로 한다기보다 오히려, 사물과 도구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그 가변적 과정에 무게를 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열의 역설

배하경은 사물에서 촉발되는 감각, 혹은 생각에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눈여겨볼 부분은 카테고리의 해체와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혹은 생활과 근접한 거리에 있는 수많은 카테고리에서 우발적으로 느껴지는, 혹은 보이지 않았던 면모들을 찾아내어 개념적인 변주를 시도한다. 특히, 해당 사물이 가지는 보편적 시점, 인간의 시선으로 묶어 놓았던 의미를 해체하면서 물리적으로 익숙한 방법들을 익숙하지 않은 영역으로 이동하게 하고 관습적인 시선을 지양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진열된 것들을 재배치하는 형태의 구성을 활용한다. 같은 역할을 하는 것들끼리의 묶음, 사물을 지칭하는 상·하위 개념 전복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로써 배하경이 나열한 사물은 실용적인 영역에서의 활동을 거부하고 감각적 이거나, 장식적 이거나, 최초의 역할극을 부여 받게 된다. 이것은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며, 보편성에 대한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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