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을 위한 눈감기, 작지만 두터운 손짓
- 참여 작가
- 김윤하, 홍소이
- 기간
- 2021.05.13 — 2021.05.23
- 관람 시간
- 13:30–19:00 · 월요일 휴무
- 장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6길 52-19, 예술공간 의식주
전시 서문
불편함과 익숙함을 구분하지 못할 때, 시작이라는 원형에서 멀어질 때, 침묵이 익숙해질 때 우리는 관습이라는 유물과 마주하게 된다.
최소한의 손짓이 주는 두터운 한 마디 _ 홍소이
손의 다양한 형태를 그려내는 작가 홍소이는 손의 모양을 통해 원형적 언어에 가까이 다가가는 시도를 한다. 흔히 ‘손’은 최초의 도구이자 도구의 원형이라고 불린다. 사람이 가진 한 쌍의 손과 열 개의 손가락은 인간에게 있어 많은 섬세한 일들을 진행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문자가 만들어지고 문명이 시작되면서 인간의 손에는 많은 연결과 확장이 시도됐다. 주변에 즐비한 자연물을 이용하여 땅을 짚고, 먹을 것을 얻고, 쉴 수 있는 집을 지었다. 이것은 오늘날에 이르러 수많은 데이터에 연결되어 물리적 접촉이 없음에도 필요한 것과 필요한 것 이상의 것들을 만들어낸다. 문명이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 갈수록 우리가 처음 손을 사용했던 질감, 온도는 변형되어 간다. 그럼에도 작가가 그려낸 손은 차곡차곡 쌓여 보는 이에게 또 한 번의 손짓을 유도한다. 켜켜이 쌓인 선, 그것이 보여주는 소박한 변화와 최소한의 움직임은 작지만 두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다시 돌아보기 위한 눈감기 _ 김윤하 눈감기
방에 놓인 영상과 소리로 나누어진 두 개의 작업은 본래 하나의 작업이었다. 김윤하 작가는 시각장애인을 바라보며 느꼈던 생각과 작가 자신이 겪고 있는 안구건조증의 증상을 겪으면서 오는 습관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실 시각장애와 안구건조증은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겠지만 작가는 그로 인해 상기되고 얻을 수 있는 특정한 감각을 보여주는 시도를 한다. 사라지는 관점에서 우리의 감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감각을 선택하고 몰입할 수 있는가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가진 습관과 관습의 지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바라보기’를 제안하고 있다. 의식적 인지보다는 선택적 감지를 강조하여 자율성을 위한 눈감기를 권하고, 사라질 수 있는, 혹은 잊힐 가능성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우리가 가진 ‘당연함’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공간을 제시한다.
차별이라는 습성
개인의 익숙하고 사적인 불편함이 다수에게 특별하고 공적인 불편함으로 인지될 때가 있다. 이때 사회는 공동의 행복을 보장하기 위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고자 협력 가능한 시스템을 만든다. 하지만, 배려를 넘어 동정의 시선과 여론이 형성될 때 우리가 가진 차별의 습성은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모두와 동등한 조건을 부여하지 않고 ‘다름’이라는 이름표를 부여한다. 물리적인 눈이 없는 이들은 우리 사회에 안에서 다양한 제도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장애라는 이름으로 인해 그들 가지는 개별성과 사적 영역이 침범되기도 한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감각 중 하나가 없는 그들의 이름 앞에 장애가 습관처럼 따라올 때 그들은 특별함을 가진 개인이 아니라 특정한 대상이 된다.
효율의 과잉
우리가 기호를 만들고 언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서로에게 의사를 전달하고 더 수월하게 설득하기 위해서다. 이것은 일종의 효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약속이다. 하지만, 여기서 효율성만 반복되다 보면 언어는 경직되고 고착된다. 다른 대상에게 프레임을 씌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사물의 가능성과 확장은 이내 멈추게 된다. 언어는 효율성만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개인이 가지는 특별한 생각이나 고유성을 강조하기 위한 기능도 함께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효율의 과잉이 자행될 때 무리 속 개인은 무시되고 구분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감각의 경직이 가져올 수 있는 지점을 두고 언어가 시작된 원형과 유사한 두 가지 형태를 보여주고자 했다. 어느 시점에서부터 피어난 이질감과 습관이 되어버린 익숙함에 관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소수와 다수가 충돌되는 지점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 혹은 동선에 남겨진 가장 최초의 자리를 보여주고자 했다. 소박한 손동작이 보여줄 수 있는 두터움, 그리고 자율성을 기조로 발견되는 새로운 감각의 가능성이 발견되길 바란다. 구분의 습성은 일상저변에 분포되어 있다. 인종, 장애, 지역, 젠더, 세대 등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나타난다. 이번 기획이 차별과 구분에 관해 질문하고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작은 손짓이 주는 두터운 한 마디와 다시 돌아보기 위한 눈감기를 통해 우리가 함께 출발했던 최초를 발견하는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