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위한 변명
- 참여 작가
- 김리나, 김성호
- 기간
- 2021.04.20 — 2021.05.02
- 관람 시간
- 13:30–19:00 · 월요일 휴무
- 기획
- 박소호
- 장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6길 52-19, 예술공간 의식주
전시 서문
때때로 밤은 문학에서 겨울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특히, 시간상으로 해석될 때 잠이 드는 시간, 역경의 시간, 혹은 새로운 무엇을 맞이하기 위한 과정으로 은유 된다. 이때의 밤은 아침을 맞이하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다. 더불어 아침은 자연스레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주로 등장하는 ‘밤’은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시간적 의미보다는 공간적 의미와 맞닿아 있다. 해가 없는 어두운 공간이자 생명이 휴식을 취하거나 몸을 숨기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작은 소리도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잔잔하고 고요한 공기만이 흐른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공간으로서의 밤에 몰입하는 두 가지 시선을 담아보고자 했다.
작가 김리나의 작업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화면의 표면과 반응하여 나타나는 미끄럽고 끈적한 질감이다. 작가의 붓끝은 화면 속에 스미는 것을 거부한다. 오히려 하얀 바탕 위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면서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려는 약간의 장력을 만들어 낸다. 이 끈적한 유분감은 작가가 선택한 사물들을 단서로서 보이게 하지 않는다. 사건보다는 상황이나 분위기로서 보이기를 갈망하는 듯하다. 풍경과 장면을 그린듯하지만 이것은 소재로써 활용될 뿐이다. 물 위에 비친 이미지, 물로 그린 그림과 같이 아주 잠시의 시간을 허락하는 일종의 현상으로서 표현되고 있다. 의도적으로 연출된 시선의 아래, 사각지대, 흩어진 단서는 평면 위에 머물러 있는 현상적 형태들 때문에 사라질 가능성을 내포할 수 있는 불완전한 공간을 완성한다.
김성호 작가는 밑작업, 소위 지지층을 만드는 작업에서 백색이 아니라 주로 흑색을 활용한다. 이 부분에 관해 깊은 대화를 나누어 보진 않았지만, 밤이 가지는 은폐의 속성을 담기 위함일 것이라 짐작된다. 검은 바탕 위에는 그가 바라본 기념비적 사물, 망원의 시야로 담은 풍경 이미지가 올라간다. 길러지거나 스스로 자라나는 것들은 버려진 땅에서 발견된 화석처럼 드러나게 된다. 이 작업들을 묘사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다는 오히려 어둠을 지워내는 과정으로서 이해하게 되면 더욱 내밀한 이야기들이 발견된다. 풀숲 뒤에 숨겨진 초상은 가려져 있었던 대상을 애도하는 것과 동시에 드러남을 위한 의도적 엄폐로 이해되고, 거친 표면을 가진 물체와 풍경은 스스로 몸을 일으켜 관객에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어둠을 밝히는 불빛은 다가올 아침을 위한 우리의 분투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최초의 전구가 세상에 나오기 전, 밤을 밝히는 것은 촛불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소박한 염원은 가시거리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과 질문은 해가 떠있는 시간 이상을 요구했다. 어둠은 이들을 자극하여 수많은 인공의 빛으로 지금의 눈부신 밤을 만들어냈다. 이 빛은 호기심에 화답하고 불가능한 것들을 기능의 영역으로 이끌면서 다양한 도구로 파생되었다. 어둠을 밝히는 본래의 목적을 넘어 이미지와 텍스트를 압축하여 저장하고 재생하는 역할로 확장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낯을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가 그리는 밤은 각각 다른 이야기를 건낸다. 하지만 각자의 시간 위에 놓인 장면과 이야기에 잔잔한 불빛을 비추어 서로의 질문과 고민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들의 작업을 통해 수면으로 올라오는 은폐된 장면들과 안식의 시간이 각성의 시간으로 변주되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